Young Samsung Life Interview 2014
Company: Samsung-Young Samsung Life
Interviewer: Sobin Wang
“안녕하세요!”
밝은 목소리 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바뀐다. 오밀조밀한 코와 입, 예쁜 눈웃음, 사랑스런 눈망울을 가진 21살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눈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손 끝에서 퍼져 나오는 그림들은 웃음소리를 가졌고 온기를 가졌다. 그녀는 최근 출판된 책 ‘아빠와 함께하는 하루 10분 생활놀이’ (권오진, 탁경운 저/ 권규리 그림)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은 자녀와 놀아주는 방법을 모르는 아빠들을 위해 쉽고 재미있는 224가지 놀이를 알려주고 아빠와 자녀와의 유대감 형성, 그리고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모든 페이지에 그림이 들어가 있어 아빠와 자녀가 따라 하기 쉬운 이 책. 그림만 보면 처음 책을 출판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대학생 일러스트레이터, 권규리 양을 만나본다.
“처음에 이 일을 제안하신 건 아빠셨어요. 이 책을 쓰신 권오진 선생님이 바로 아빠거든요. 이전에도 아빠의 칼럼이나 책에 그림을 그렸던 적은 있었지만 이 책은 제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어 작업한 책이라서 감회가 남달라요. 예전에는 그냥 글에 맞는 그림을 그리면 된다는 생각이어서 그림 그리는 걸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글에 대해 이해를 하고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그림을 그려서 그런지 이번 책은 봐도 봐도 신기하고 애정이 가고 자랑도 하고 싶어요. 책 속 대부분의 아빠놀이가 제가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했던 놀이어서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간에 잘 모르는 놀이가 나오면 아빠께 여쭤보고 그림을 그렸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빠와도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 앞쪽의 그림보다 뒤쪽의 그림이 더 세밀한 것 같다고 말하자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한 달 넘게 매일 많은 양의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점점 그림 실력이 늘었어요. 특히 네모 칸 안에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서 마치 칸 안에 그림이 들어간 듯하게 느끼게 하는 부분이 어려웠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어떻게 사물들을 배치해야 그런 느낌을 낼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터득했어요. 모서리 쪽에 액자, 소파, 침 같은 것을 그려야 선이 없더라도 정해진 공간 안에 그림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요. 또 중간 중간 카메오처럼 지인들을 캐릭터화해서 넣고 고양이나 강아지도 넣어서 그림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지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거예요.”
[책 출판, 프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가는 과정]
Q. 책을 낸다는 것, 이 나이의 또래들이 쉽게 겪을 수 없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A. 저는 이번 책 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먼저 계약금 같은 경우엔 항상 아빠를 통했지만 이번엔 저 스스로 출판사측과 계약을 했어요. 처음으로 큰 액수의 돈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이런 계약 관계를 통해서 누군가의 요구사항에 맞춰서 작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던 돈도 그려달라는 그림의 양이 많아지고 요구와 수정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번복되다 보니 계약금이 결코 많은 돈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요. 다음에 일을 하게 되면 미리 이런 것에 대해 잘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제가 당시에 아르바이트도 여럿 하고 있었어요. 또 시각디자인이라는 과가 과제가 굉장히 많은 과라서 아르바이트, 학교 과제, 그림 그리기 이 모든 것을 소화 하는 게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학교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매일 거의 밤을 새다시피 그림을 그렸는데, 그러지 않으면 절대 그려야 하는 양과 기간을 맞출 수가 없었거든요. 압박감이라든지 책임감이 아르바이트와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더라구요. 중간에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여행에서도 수정사항에 대해 출판사측과 연락을 했어야 했어요. 그 때 일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꼈고 프로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그림을 그려 보니, 다음에 다른 작업을 하게 된다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번 책 작업을 통해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고충과 보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으로만 돈을 벌면 좋지 않을까?
A. 사실 아르바이트와 학교생활을 함께 병행하는 게 마냥 행복하고 즐겁지만은 않아요. 당연히 힘들 때도 있고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고 그렇죠. 아직 학생이니까 공부만 하고 싶기도 하고, 그림만 그리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성인이 되면서 쭉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살아왔고 지금은 이런 삶이 익숙해 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림으로만 돈을 벌면 당연히 좋겠지만 아직은 어리기도 하고, 그림 외의 많은 것들을 더 경험하고 싶어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고 이야기 듣는 것도 좋고.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분야의 일들도 해 볼 수 있고요.
[좋아하는 것을 응원해준 친구 같은 아빠]
Q. 권규리 양의 아버지인 권오진 선생님은 <아빠학교>, <아빠놀이학교>의 교장으로 강연, 책 등을 통해 수백명의 좋은 아빠를 양성해 왔다. 아빠학교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왜 이렇게 놀아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지?’라고 할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놀이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아이 곁에 친구 같은 아빠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A. 아빠가 저에게 미친 영향이 크다는 것을 항상 느껴요. 제가 어렸을 때 바쁘시더라도 항상 시간을 내서 놀아 주셨고 어딜 가든 항상 데리고 다니셨거든요. 나중에야 그것이 아빠가 노력 하신 거라는 걸 알았지 어렸을 땐 모든 아빠들이 다 저희 아빠처럼 아이들과 놀아주는 줄 알았어요. 아빠 덕분에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아빠의 영향이 커요. 제가 어릴 때 낙서처럼 그린 그림도 전부 모아서 정리해 주셨고 액자에 넣어주기도 하셨거든요.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하든, 화가가 되고 싶다고 하든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물심양면으로 응원해 주셨기 때문에 행복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무슨 일이든 아빠께 편하게 털어놓는 편인데 이것도 아빠가 친구처럼 항상 제 곁에 계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어렸을 땐 아빠와 연관 되어 언급되는 것이 싫다고도 느낀 적도 있고 아빠의 사랑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고요. 아빠랑 친하긴 하지만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도 왈가왈부 하지 않으시는 편이거든요. <아빠와 함께 하는 하루 10분 생활놀이> 작업을 하면서도 아빠가 그림에 대해서 개입한 부분은 하나도 없어요. 책에 대해서든, 일상 생활이든 다른 모든 것들은 함께 공유해도 그림은 그저 ‘잘 되어가고 있냐’ 정도로 가끔 물어보시기만 하셨죠. 지금은 아빠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정말 좋아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데뷔작 ‘행복쿠폰’]
Q. ‘행복 쿠폰’이란 것을 만들었다는데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A. 초등학생 때 ‘아빠와 장보러 가기’, ‘아빠와 요리하기’와 같은 글을 쓴 쿠폰을 만들어 드렸는데 아빠께서 정말 좋아하셨어요. 그러다가 이 쿠폰을 책에 넣어보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고 이름을 <행복쿠폰>이라 짓게 되었어요. 그때의 그림을 보면 너무 못 그려서 부끄러울 정도지만 어떻게 보면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데뷔작이지 않을까 싶어요.
[행복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Q. 둥근 선과 따뜻한 색감을 많이 사용하는 규리양의 그림은 규리양을 직접 보지 않아도 어떤 사람인지 떠올릴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졌다. 주인을 닮은 그림이다.
A. 학교에서 여러 디자인 툴을 사용하면서 다양하게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우기는 하지만 저는 소소하게 낙서처럼 그리는 손그림이 좋아요. 아빠학교에서 캠프를 할 때 가끔씩 캠프 온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려드리곤 해요. 크로키처럼 짧은 시간 내에 특징만 잡아서 색연필로 그려드리는데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고 어머님들도 귀엽고 예쁘다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는 덩달아 행복해져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사랑스럽게 느끼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근에 얼마 동안 같은 학교 건축과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림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는데 일이라기 보다는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얘기도 하고 재미있게 노는 거에요! 그 때 그림을 가르치고 그림으로 함께 논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저와 제 그림을 보고 기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요.
그녀는 인터뷰에서 <기분 좋다> <사랑스럽다> <행복>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사랑한 일러스트레이터]
그녀는 ‘장 자끄 상페(Jean Jacques Sempe)’라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아시느냐고 물었다. ‘꼬마 니콜라’의 삽화와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탄생시킨 장 자끄 상페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했다.
A. 장 자끄 상페의 그림을 보면 처음엔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제가 그 캐릭터에 빠져든다는 기분이 들어요. 주인공처럼 쑥스러워지기도 하고 주인공처럼 용기가 생기기도 하죠. 그림이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그림으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장 자끄 상페의 그림처럼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그림을 사랑하고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은 그녀에게 고민은 없을까?]
A. 아직 그림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지 정확하게 제 그림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객관적으로 그림을 ‘잘 그린다.’라고도 생각하지 않고요.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제 스타일을 찾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 들어서 그냥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안 된다고 느껴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제가 가진 그림들을 묶어 나가야지 이것들이 포트폴리오가 되고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이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를 한 건 아니지만 웹툰도 그려보고 우울할 때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면서 스타일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언젠가 제 그림 스타일로 저와 제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낼 수 있겠죠?
[누구나 자신의 그림을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그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녀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대답했다.
A. 유학도 가고 싶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 프로들과 함께 일 하는 경험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꿈이 있다면, 돈을 많이 벌어서 예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카페나 공방 같은 거요. 제 그림을 가득 걸어두고 커피도 마시고 친구들도 놀러 올 수 있고 평소엔 그림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공간에 와서 정말 저렴한 가격에 제 그림을 살 수도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모두가 흔하게 제 그림을 집이나 방에 걸어 둘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림과 관련된 일도 하고 참 열심히 살고 있어요. 여러 가지 경험을 해 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지금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에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것도 회사생활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언제나 부딪히고 경험하고자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마지막으로 아직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A.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궁금한 것이 생기고 알고 싶은 것이 생기면 경험해보고 부딪혀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그리고 경험은 하고 있지만 그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땐 하던 모든 것을 멈추고 한 템포 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뭘까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여유도 필요한 것 같아요.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기에 지겹지 않을까 문득 궁금했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고 지금도 그림 그리는 게 정말 행복해요!” 질문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주저함이 없는 대답이었다. 따뜻함의 힘을 믿는 이 소녀가, 앞으로 ‘그림’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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